어디든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곤하는 요즘이다. 어떤 집단을 가든지 무뚝뚝하고 말을 툭툭 내던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다정다감하고 잘 대해주는 사람도 있다. 더 신기한 것은 이런 사람들은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다는 것. 생긴대로 논다는 말에 소름이 좀 돋기도 하고 여튼 빌어먹을 이 생활이 600여일 단위로 남은게 한심스럽기도 하고, 그렇게 그렇게 하루하루 정신없이 박스하고 씨름 한 판 하고 나면 벌써 잠자리에 들어있고.....
욕도 먹고, 칭찬도 받았지만 뭘 해도 그냥 그렇다. 오히려 욕 먹었다고 축 쳐져있거나 칭찬 받았다고 들떠있는 미련한 자세보다는 백 배 나은 것 같지만, 무미건조한 생활에 사람도 무미건조하게 변하는게 좀 무서워지기도 하고 2년 뒤에 어떻게 변해있을까를 생각하는 것보다 3개월 후만 생각해도 난 더 딱딱하고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 같은 '정확한' 예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같은' 이라는 말과 '정확한'이라는 말은 같이 쓰면 어색한데도 그냥 귀찮으니 써야겠다.
생활은 재밌다. 사람내음이 물씬 풍기고, 멍멍이도 같이 살고, (무려 멍멍이의 이름은 '베르사체'다.....) 빨래도 빨고 (빨래는 기숙사에서 지겹도록 빨았는데....) 훈련도 받고. 기숙사에서 좀 방탕했던 생활에 비한다면 더할나위없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생산적인 일을 해내고 있는 것 같아서 매일 힘도 난다. 전화도 자주 할 수 있고, 이렇게 컴퓨터도 할 수 있고. 정말 민주화 되었구나를 실감하는 곳은 바로 이런 극단의 집단에서 인가보다.
머리만 굳지 않았으면 좋겠건만, 벌써 맞춤법도 잊어버리는 것 같고 글을 써내려가는 것도 어색하기만 하다. 펜보다 바코드 기계가 들려있는 날이 많으니 당연하다. 그저 내 옆에서 여자친구가 준 피지 제거 마스크 100개를 다쓰면 전역이라고 기뻐하면서 100일이 꺾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우리 분대장님이 부러울 뿐이다.
피지제거 마스크 따윈 필요없고, 그냥 열심히 매순간 열심히 사는 것이 지금 나에게, 혹은 지금 그 누구에게도 제일 중요한 다짐이 아닐까 싶다. 사회가 그립지 않다는 건 개뻥이겠지만, 여기도 사람내음 나는 곳인 만큼 꽤나 재밌는 곳이다.
덧. 휴가는 9월 20일에서 30일 사이에 5박 6일로 계획 중이다. 다른 입대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