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관전경기 및 경기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
내가 관전한 경기는 6월 24일 일요일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경기장에서 벌어진 삼성 대 한화의 경기였다. 최근 양 팀은 5위와 3위로 실력이 평준화되어 1위에서 5위 간 승차가 다섯 게임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순위 다툼에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되었고, 주말 3연전 중에서 23일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는 바람에 휴식기회를 가짐으로써, 치열한 순위다툼의 열기 속에서 잠시나마 쉬면서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다. 이 날의 게임은 본격적으로 순위 레이스를 시작함에 있어서 중요한 - 특히나 이번 시즌에 많이 등장했던 - 연승연패의 시동을 누가 먼저 거느냐에 그 승부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1)
삼성은 팀타율은 8개 구단 최하위였으나, 불펜진의 최고방어율을 이용해서 중상위권에서 선두권 도약을 노리고 있으며, 한화는 크루즈-김태균-이범호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가 8개 구단 최강을 자랑하면서 타격 10걸에 세 명이나 들어있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바탕으로 집중력 있는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특히나 김태균과 제이콥 크루즈는 홈런 레이스를 하고 있는 5인(삼성 양준혁, 롯데 이대호, 현대 브룸바) 중에서도 팀에 가장 영양가 있는 ‘한 방’을 터뜨려주는 선수로서 이 경기에서도 상당 부분 삼성타선이 해주지 못한 공격적인 야구를 보여줄 수 있는 핵심선수이다.
이 경기의 선발투수는 삼성은 임창용, 한화는 정민철이 선발등판 했다. 임창용 선수는 작년까지 팔꿈치 수술 및 재활의 여파로 정상적인 피칭이 어려웠으나, 올시즌 배영수가 빠진 선발진의 한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으며,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시속 140km 초반 대의 직구를 보여주던 것과는 달리 시즌을 진행하면 할수록 시속 150km 대의 직구도 뿌리고 있어, ‘꿈틀거리는 직구’가 다시 살아난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정민철 또한 직구는 빠르지 않지만, 낙차 큰 변화구를 주 무기로 하여 한화의 선발진의 중요한 한 축이 되고 있다. 이번 경기는 전체적으로 뛰어난 양 선발투수를 이유로 22일 경기처럼 투수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했다.
2. 전체적인 관전평
경기는 예상대로 투수전의 흐름으로 전개되었다. 먼저 내려온 선발투수는 삼성 임창용 선수였는데, 7이닝 동안 1점을 실점한 것과 4회 초, 공 5개로 한 이닝을 3자범퇴 처리한 것 등을 본다면 경제적인 피칭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선동렬 감독은 8회를 단단히 잠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2007 시즌 류현진에 이어서 탈삼진 2위를 달리고 있는 좌완 권혁을 등판시켰으나, 동점타에 역전타를 허용한 후 바로 강판되었다. 뒤이어 올라온 투수는 전날 경기우천취소로 하루 쉬었던 안지만 이었는데, 김태균을 홈런 공동 1위로 올라서게 해줌과 동시에 한화의 승리분위기를 굳혀준 홈런을 내주었다. 그 이후로는 탈삼진 4개를 곁들이면서 안정적인 피칭을 했으나, 타선의 불발로 역전을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화의 정민철 또한 7이닝 1실점 하며 호투하였고, 삼성과는 달리 연이어 등판한 안영명, 구대성이 효과적인 피칭으로 뒷문을 단단히 잠그면서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특히 한화 타선은 1점이 승패의 주요인이 되는 투수전 양상에서 작전 수행을 정확하게 해냄으로써, 한 점 한 점 쌓아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고, 그 이후 김태균의 홈런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게임의 흐름을 가져오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야구는 흐름의 싸움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한 판이었다고 평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임창용은 빠른 직구를 이용하여 카운트를 유리하게 몰아갔으나 대다수의 회에서 안타 혹은 볼넷으로 주자를 1명 이상 내보내는 피칭으로 더그아웃을 긴장시켰다. 다만, 유격수 박진만을 비롯한 내야진과 박한이 등의 외야진의 도움으로 후속타자들을 범타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특히 유격수 박진만은 어려운 역모션을 캐칭을 통한 송구의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정확한 송구를 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결정적으로 주자가 1루에 있는 상황에서 2루수 신명철과 유기적인 협력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스코어링 포지션을 내주지 않기 위한 수비가 돋보였으며, 당황하지 않는 점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야구를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 유격수 쪽에서 펑고 연습을 하게 되면 빠른 타구에 자세가 자연스럽게 몸을 방어하기 위해서 높아지는데, 부드럽게 달려가서 공을 빼서 던지는 동작이 마치 하나의 유기적인 소화체계처럼 이루어져서 신기했다. 비단 삼성의 유격수뿐만 아니라 한화의 김민재 선수 또한 부드러운 동작이 인상적이었는데, 두 선수 모두 오버헤드 스로잉 보다 사이드암으로 송구를 하는 동작이 오히려 오버헤드보다 더 빠른 타구처리를 가능하게 하지 않았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오버헤드 스로잉을 하려면 자세를 갖추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더불어서 정민철 선수의 변화구는 관중석에서 봐도 그 시작과 끝의 높이가 다를 정도로 낙차가 컸다. 경기 초반에는 정민철 선수의 변화구에 삼성타자들이 꽤나 많이 헛스윙을 했다. 특히 심정수 선수는 4번 타석에 들어섰는데, 그 중에 3번이나 초구를 노려서 스윙했으나, 직구를 노렸는지 변화구의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춰서 때려내지 못하고 헛스윙을 하거나 투구 수를 늘려주지 못하고 플라이를 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초구를 집중 공략한다는 것은 매우 공격적인 타법으로 4번 타자로서 팀에 도움이 많이 되지만, 정민철 선수의 직구와 변화구, 몸 쪽과 바깥쪽을 번갈아 가면서 찌르는 투구에 허무하게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3. 오늘의 승부처 - 7회 말 삼성의 작전실패
오늘 경기의 한 군데 혹은 두 군데의 승부처를 지정하기가 매우 애매한데, 승부처를 지정하기가 어려운 것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번 경기가 투수전 양상으로 매 회 각 팀이 조금씩 득점의 기회를 잡고서도 결정적인 2사 상황에서 범타 혹은 삼진으로 아깝게 이닝을 마감했다는 데 있다. 특히나 선동렬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 스몰 베이스볼을 추구하던 삼성은 특유의 한 점 싸움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작전을 충분히 걸 수 있는 상황에서 작전을 걸지 않고 우직한 승부를 한데 패인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7회 말 삼성 공격에서 오늘 게임 4타수 3안타의 강봉규 선수가 큼지막한 2루타를 치고 선두타자 출루한 후가 문제였다. 다음 타자 진갑용 선수는 강공자세였고, 초구에 방망이를 휘둘러 1루수 뒤쪽 깊숙한 곳에 2루수 파울플라이 아웃을 당했다. 여기서 강봉규 선수의 주루 플레이가 아쉬웠는데, 명백하게 파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스타트를 뒤늦게 하여 어정쩡하게 2루와 3루 간에 서서 주루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차라리 2루에서 기다렸다가 리터치를 하여 3루로 진루를 하는 것이 더 좋은 플레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드는 대목이다. 삼성 벤치에서도 오히려 좀 더 안정적으로 번트작전을 냈더라면, 굳이 아까운 아웃카운트 하나를 날리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 당시에 삼성 벤치에서는 히트앤드런 작전을 냈던 것으로 보였다. 후속 타자였던 김종훈 선수도 팀배팅으로 우익수 쪽으로 밀어치지 못하고 3루수 내야 플라이아웃을 당했던 장면은 아쉬운 부분이었으며, 박한이 선수의 정확하게 맞은 타구를 중견수가 플라이아웃으로 처리하면서 가장 좋았던 ‘선두 타자 안타’라는 기회를 이끌어가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곧 바로 이어진 한화의 8회 초 공격에서 바뀐 투수 권혁이 고질적인 제구력의 문제를 드러내면서 선두타자 이영우를 4구로 출루시키고 고동진 선수의 희생번트로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둔 것은 삼성과 달랐다. 그 이후 후속 안타로 역전득점을 이끌어 내면서 분위기를 가져왔고, 안지만으로 교체된 삼성의 마운드을 김태균의 투런 홈런으로 무너뜨리면서 완벽하게 한화의 흐름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한화는 이후 이어진 8회 말 삼성의 공격에서도 교체된 투수 안영명이 선두타자 김재걸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켰지만, 삼성 타선의 집중력 부족으로 후속 타자들이 모두 범타 처리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또 9회 말에서도 최근 성적이 부진한 구대성을 상대로 대타 김창희가 한 점을 추격했으나, 1사 1, 3루 상황에서 박한이 선수가 병살타를 치면서 타선의 집중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결정적으로 마운드의 우위는 비교적으로 비슷했으나, (사실 객관적인 비교를 하자면 삼성의 중간 릴리프가 ‘힘’이 더 좋았지만) 타선의 집중력이 얼마나 뒷받침되었는지가 이번 게임의 승패를 좌우했던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할 수 있겠다. 특히, 양 팀의 클린업 트리오를 비교하자면 1:2로 한화가 우세했으나, (홈팀 기준)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수치에서도 영양가 있는 한 방은 한화가 강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더불어 삼성은 강봉규가 4타수 3안타로 분전했음에도 신명철, 박한이 선수가 후속타를 단 한 개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집중력 부족으로 아쉬운 패배를 안고 말았다. 한화는 선두권 도약을 위한 좋은 발판을 마련했으며 대 삼성전 부진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